헤레즈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수많은 에스파냐의 팬들이 로렌조와 페드로사 그리고 이곳 서킷의 안주인인 발렌티노 롯시를 보기 위해서 모여들었고 이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이번 축제를 자축하고 있었다. 또한 국왕인 후안 카를로스도 자국 선수들을 보기 위해서 서킷을 찾았다. 퀄리파잉에서 폴 포지션을 차지한 호르헤 로렌조와 이번에도 좋은 포지션을 차지한 대니 페드로사는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선수들은 차례로 이번 레이스를 위해서 정렬했고, 마침내 카니발의 시작을 로렌조가 먼저 끊었다. 페드로사와 그의 팀 메이트 헤이든도 역시 좋은 출발을 시작했고, 첫 번째 코너를 렙솔 혼다의 두 라이더가 점령했다. 세 번째 줄에서 출발했던 스토너는 강하게 앞으로 나오면서 4위까지 올라섰고 콜린 에드워즈, 발렌티노 롯시 그리고 마지막 IRTA 테스트 부터 성적이 좋지 못했던 스즈키의 로리스 카피로시도 이번에는 선두 그룹에 합류했다.
붉은 무희케이시 스토너와 그의 붉은색 두카티는 초반부터 격정적인 레이스를 보였다. 1랩이 채 끝나지 않았음에도 니키 헤이든의 앞으로 나오면서 그를 앞질렀고 앞에서 달리고 있는 두 에스파냐 선수를 추격해 나갔다.
2랩이 시작되면서 발렌티노 롯시는 과거 자신의 팀 메이트인 콜린 에드워즈를 홈 스트레이트 끝의 첫 번째 코너 앞에서 추월했다. 에드워즈를 따라 잡자마자 롯시는 바로 앞의 니키 헤이든에게 다가섰다.
스토너는 장기인 자신을 밀어붙이는 라이딩으로 앞에서 근소한 차이로 서로를 물어 뜯기 위해서 달리고 있는 로렌조와 페드로사에게 다가서려고 했다. 하지만 코너를 그리면서 리어 쪽의 트러블이 일어났고 그의 뒤에서 달리는 헤이든에게 틈을 보이면서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리고 바로 뒤에서 달려오고 있던 롯시에게도 이어지는 코너에서 따라 잡히고 말았다. 거의 에드워즈에게도 추월 당할 뻔 했지만 그의 앞을 막아서면서 연속적인 굴욕은 면하게 되었다.
황소와 투우사대니 페드로사는 전 월드 챔피언과 MotoGP 전설이 다툼을 벌이는 동안, 멀찌감치 앞으로 달아났다. 렙솔 혼다의 RC212V는 황소같은 기세로 거침없이 달렸고 롯시와의 랩 타임은 1초 이상 벌어졌다. 첫 코너에서보다 로렌조와 페드로사의 갭 차이는 벌어졌지만 여전히 그 간격은 크지 않았다.
1위 자리를 굳혀 나가는 페드로사는 강력한 방어를 하면서 저돌적인 황소처럼 달렸고, 이를 저지 하기 위한 로렌조는 창과 같은 날렵한 야마하 M1으로 투우사처럼 그를 쫓아 갔다.
카피로시와 전 팀 메이트카피로시는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3랩 첫 코너에서 에드워즈의 앞으로 나왔고 그 동안의 불안감을 많이 불식시키는 레이스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와 작년에 팀을 이루었던 스토너의 이번 레이스는 계속되는 악몽의 연속이었다. 한번도 뒤를 내준적이 없었던 헤이든에게 자리를 양보하더니, 다음에는 코너의 밖으로 벗어나면서 완전히 순위권 밖으로 벗어나고 말았다.
헤레즈에서 원래 강하지 못했던 브리지스톤이었지만 롯시와 카피로시가 잘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트러블은 두카티와 브리지스톤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좌절감을 느낀것은 스토너만이 아니라 그의 팀 전체와 브리지스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퀄리파잉에서 나타났던 스토너와 멜란드리의 문제점은 내일의 레이스에서 큰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견이 아니었을까.
서킷 전문가자신의 최대 라이벌인 스토너가 뒤로 쳐지고 말았지만 헤레즈에 익숙한 롯시에게는 앞으로 나서는 일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것 같았다. 3랩에서 헤이든을 가볍게 추월하면서 갭을 벌려나가는 롯시는 로렌조와의 차이를 좁혀 나가기 시작했다.
로렌조는 페드로사의 등에 창을 꽂아 넣는데는 실패하고 그와의 차이도 서서히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로렌조에게 롯시는 가까이 다가섰고 그 차이는 불과 0.10~0.20 정도였다.
헤레즈의 홈 스트레이트가 길지 않고 업 힐이라는 특성 때문이겠지만 롯시의 야마하 바이크는 혼다의 바이크나 두카티의 바이크에 비해서 전혀 뒤쳐지지 않았다. 그것은 야마하의 바이크가 올해에 무척이나 강력해진 것에도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롯시는 헤레즈에 익숙한 선수다.
마침내 4랩에서 로렌조의 안쪽으로 파고 들면서 롯시는 손쉽게 그를 추월했다. 헤레즈 전문가에게 야마하의 루키는 아직 상대가 안 되는 것이었을까. 로렌조는 너무나 쉽게 롯시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새로운 서킷 레코더롯시의 앞에는 페드로사만이 남게 되었다. 과연 롯시는 예전의 레이스처럼 페드로사와의 갭 차이를 좁혀서 그를 추월할 수 있을까? 하지만 페드로사는 모국에서의 레이스에서 쉽게 자리를 내주고 싶어하지 않았다. 새로운 서킷 레코드를 갱신하면서 롯시와 이미 1.5초 이상의 차이가 나 있었다.
하지만 롯시는 그리 쉽게 포기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5랩부터 페드로사의 갭 차이는 0.1씩 야금야금 좁혀져가고 있었고 그 차이는 다음 랩부터 1초 가까이 좁혀져 나갔다.
야마하 팀 싸움페드로사와 떨어져서 달리고 있는 2, 3위의 선수인 롯시와 로렌조는 근소한 차이로 달렸다. 로렌조는 롯시의 틈을 노렸고 롯시는 자리를 지켜나가기 위해서 노력했다. 하지만 너무 열심히 달린 로렌조의 바이크가 헤레즈의 고속 코너인 5번 시토 폰스에서 이어진 스트레이트 구간에 들어가면서 심하게 요동쳤다. 하지만 로렌조는 콘트롤을 하면서 큰 사고를 막았고 다시 롯시를 열심히 따라갔다.
경기가 중반으로 가면서 롯시가 페드로사를 따라잡기는 힘들어졌다. 9랩에서 페드로사와 롯시의 갭 차이는 2초 이상으로 크게 벌어졌다.
한편, 스토너는 최대한 많은 포인트를 따기 위해서 강하게 달렸다. 계속되는 트러블로 후미로 쳐졌지만 가와사키의 웨스트와 같은 팀 멜란드리를 추월하면서 13위에서 11위로 올라서면서 여전히 자신의 강력한 퍼포먼스는 죽지 않았음을 입증해 나갔다.
15랩을 지나면서 페드로사와 롯시의 갭 차이는 4초 까지 벌어졌는데 사실상 큰 이변이 없는한 페드로사의 우승은 기정 사실이 되었다. 이제 남은 선수는 롯시와 로렌조의 2, 3위 싸움과 그들을 뒤쫓고 있는 헤이든이었다. 여전히 로렌조는 롯시와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고 헤이든은 20랩에 이르러 로렌조와의 격차를 점점 좁혀나가면서 그를 압박해 나갔다.
축제의 절정을 이룬 잉글리쉬맨들시작부터 강하게 출발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니키 헤이든은 비록 롯시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 주었으나 4위를 굳건하게 지켜나갔다. 사실상 헤이든의 뒤를 쫓아올 만한 선수는 없어 보였고 경기 후반에 로렌조에게 가깝게 다가서면서 작년보다 훨씬 좋아진 퍼포먼스를 나타냈다.
카타르에 이어서 이번에도 좋은 포지션으로 출발할 수 있었던 콜린 에드워즈는 경기 초반부터 아쉽게 힘을 내지 못했다. 카피로시와 롯시, 두 이탈리아 선수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면서 뒤로 빠졌고 이후 6랩에서는 미끌어지면서 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한편, 헤이든은 21랩에서 어제의 퀄리파잉중 에드워즈가 팔꿈치 라이딩을 보였던 바로 그 장소에서 똑같은 라이딩을 보임으로써 리타이어한 에드워즈를 추억하기도 했다.
카타르에서 선전을 했던 제임스 토즐랜드도 레이스의 페이스가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다. 그 자신이 익숙한 서킷도 아니었지만 테크3의 바이크는 레이스 초반에 자신을 추월했던 도비지오소를 25랩에서 재차 추월하면서 5위로 달리는 카피로시와 마찬가지로 나름의 선전을 했다.
경기를 9랩 남겨두고 토즐랜드, 홉킨스 그리고 크리스 버뮬렌은 혼전 양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18랩, 5번째 코너를 탈출하면서 토즐랜드가 앞서 달리는 버뮬렌의 틈을 노리면서 나섰고 이어지는 6번째 코너에서는 홉킨스가 버뮬렌을 추월했다.
발화되지 못한 붉은 폭약9위 버뮬렌과 10위 나카노를 따라가던 스토너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많은 점수를 얻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버뮬렌과 나카노의 틈을 파고 들면서 코너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과한 욕심으로 코너를 벗어나고 말았고 이번 레이스에서 더욱 비참한 모습을 보였다.
두카티에서 유일하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스토너는 경기 초반에 잠깐 막강한 파워를 내었지만 초반의 트러블과, 이어지는 실수가 겹쳐지면서 붉은색의 힘을 과시하는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헤레즈 서킷은 스토너와 두카티에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포디움에 오르기 힘든 레이스가 되고 말았다.
축제의 끝마침내 레이스가 끝났고 줄곧 선두를 지킨 페드로사가 3초 이상의 차이로 우승을 했다. 페드로사의 뒤는 이번 퀄리파잉의 성적이 신통치 못했던 롯시가 들어왔고 놀라운 폴 포지션 성적을 기록했던 로렌조는 뒷심 부족으로 3위를 했다.
이번 레이스의 결과만을 본다면 롯시가 2위에 들어가고 카피로시가 5위를 하는 등, 브리지스톤이 굳이 미쉐린에게 열세라고 생각하는 것은 쉽지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브리지스톤의 최대 파트너인 두카티의 케이시 스토너가 트러블을 일으켰고 롯시가 비록 2위를 했지만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로렌조와 헤이든같은 미쉐린 선수들과의 차이를 크게 벌이지 못한 부분, 앞서 달리는 페드로사와의 갭이 갈수록 심하게 많이 벌어졌다는 점은(비록 레이스 마지막 몇 랩에서는 그 갭이 4초에서 3초로 줄었지만 레이스 중반에는 그 갭이 이미 벌어진 뒤에 일어난 것이었다.) 브리지스톤이 확실히 이 서킷에 약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서킷에서 브리지스톤이 약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번 레이스에서 자신의 MotoGP 100번째 포디움을 달성한 롯시에게는 어느 정도 수확이 있었던 레이스라는 생각도 든다. 아마 앞으로 작년에 브리지스톤이 강했던 서킷에는 기대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레이스가 아쉬운 선수는 스토너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로렌조는 페드로사에게 0.5초 가까이 차이를 내면서 폴을 기록했음에도 롯시에게 너무 쉽게 추월당했고 그 차이를 좁혀나가지 못했다. 만일 헤이든이 실수만 하지 않았다면 그에게도 잡혔을지 모른다.
헤레즈 레이스는 레이스 말고도 인상 깊은 장면을 많이 보여줬다. 페드로사와 로렌조의 깊은 앙금은 포디움에 올라가면서도 보여졌고, 카를로스 왕이 두 사람을 악수 시키는 장면은 롯시와 비아지의 설전만큼이나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다음 레이스는 4월 13일 포르투칼 에스토릴에서 개최된다.
헤레즈GP 결과 (출처:
Crash.net)
1. Dani Pedrosa SPA Repsol Honda Team (M) 45m 35.121s
2. Valentino Rossi ITA Fiat Yamaha Team (B) 45m 38.004s
3. Jorge Lorenzo SPA Fiat Yamaha Team (M) 45m 39.460s
4. Nicky Hayden USA Repsol Honda Team (M) 45m 45.263s
5. Loris Capirossi ITA Rizla Suzuki MotoGP (B) 46m 2.645s
6. James Toseland GBR Yamaha Tech 3 (M) 46m 2.929s
7. John Hopkins USA Kawasaki Racing Team (B) 46m 3.417s
8. Andrea Dovizioso ITA JiR Scot Team (M) 46m 3.570s
9. Shinya Nakano JPN San Carlo Honda Gresini (B) 46m 7.690s
10. Chris Vermeulen AUS Rizla Suzuki MotoGP (B) 46m 10.212s
11. Casey Stoner AUS Ducati Marlboro Team (B) 46m 17.344s
12. Marco Melandri ITA Ducati Marlboro Team (B) 46m 19.619s
13. Anthony West AUS Kawasaki Racing Team (B) 46m 20.928s
14. Alex de Angelis RSM San Carlo Honda Gresini (B) 46m 20.992s
15. Toni Elias SPA Alice Team (B) 46m 44.679s
16. Sylvain Guintoli FRA Alice Team (B) 46m 49.563s
DNF:
Colin Edwards USA Yamaha Tech 3 (M)
Randy de Puniet FRA LCR Honda MotoGP (M)

출처:Repsol YPF

출처:GPone.com

출처:Yamaha Racing

출처:Honda Racing
Comment List
2008/03/31 18:07
스토너가 두번이나 감자캐러가는 장면은 정말 안습 ㅎㅎ
페드로사가 엄청난 선수였다는걸 다시금 깨닫게 해준 경기였습니다.
2008/04/01 11:43
기쁘시겠어요. ㅎㅎ
2008/04/01 14:39
2008/03/31 18:38
피아트는 어쨌든 대박났네요.
혹시 못 보신 분은 이메일 주소 남겨주시면 보내드릴께요.
2008/03/31 21:58
2008/04/01 00:07
스토너는 이번에도 자기가 압독적으로 앞서 나갈거라 생각(오만??)에
정반대인 결과가 나와서 당황해 무리한 주행을 한듯 하네요..
로렌조는 뒷심이 부족했지만 역시 슈퍼루키입니다~!!
렙솔혼다의 No.1은 단연 페드로사~!!!!
2008/04/01 11:45
2008/04/01 00:36
2008/04/01 11:46
2008/04/01 06:57
케이시가 2번째 코스이탈을 할땐
나카노가 배태랑의 자존심을 보여준것과 같은
모습이였는데 스토너의 길을 완전히 막아버렸지요.
그나저나 롯시 타이어 바꾼지 2번째 레이스인데도
포디움에 오르는걸 보면 정말 대단하단 생각밖에 안듭니다. F1이나 슈퍼바이크에서도 타이어를 바꾸면 다들
기록이 저조해지는데 말이죠.
하지만 이번에도 롯시의 라이딩을 보면
아직 뭔가 이상한것을 느낄수가 있네요.
인터뷰에선 타이어에 신경써서 일부러 조심해서 달렸다고 하더군요. 부디 하루 빨리 적응해서 멋지 도그파이트를 보여주길 ㅎㅎ
2008/04/01 07:02
2008/04/01 11:48
2008/04/01 11:08
2008/04/01 17:18
zech79님 저도 파일로 좀 보내주세요^^ jjy0070@naver.com 부탁드립니다^^
2008/04/02 00:14
2008/04/01 23:09
가장 아쉬운 부분은 롯시의 부활이었다고 봅니다.
초반에 서서히 앞지르면서 로렌조까지 앞서길래.
개인적으로 페드로사를 더욱 압박할 줄 알았는데..
점점 줄여나가던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더군요.
결국에 2등은 했지만 그때 왜 그랬나 모르겠습니다.
상대적으로 생각하면 페드로사의 컨디션이 대단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롯시가 확실히 타이어에 적응하려면 조금더 시간이 필요한거 같네요.
다음 경기에선 더욱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