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문제
2009/01/04 14:49
Thinking & etc
새해 벽두에 MotoGP 팬들은 우울한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되었다. 가와사키의 팩토리가 MotoGP에서 철수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언론을 통해서 나왔다. 확인된 결과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와사키가 실제로 팀 철수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일본에서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경제 침체와 그에 따른 전 세계적인 주식 시장의 요동, 자동차 회사들의 수입 감소와 그에 따른 마케팅 비용의 절감은 모터스포츠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당장 혼다가 포뮬러 원에서 발을 뺐고 미국 레이스에서 스즈키와 혼다가 팩토리를 없앴다. 회사들의 흥보 시장이었던 레이싱 시장은 한바탕 뒤엎어졌다.
가장 거대한 모터사이클 레이스인 MotoGP도 예외가 아니었다. 많은 스폰서들이 경제 문제로 비용을 줄일 것을 팀들에게 주문했고 이는 모든 팀들에게 부담이 되었다. 이제 패독의 관심사는 기술 개발이 아니게 되었다. MotoGP의 싱글 타이어로의 이동은 무덤에 들어간 옛 이야기가 되었다. 현재 모든 사람들이 한 가지 문제에 고민하고 있다. '비용을 줄여라. 우리는 레이스를 이어나가야만 한다.'
거대한 모터사이클 레이스
MotoGP의 팀당 한 해에 들어가는 비용은 3천5백만 유로라고 한다.(640억 가량, 출처:AS.com) 이는 위성팀의 경우며 팩토리팀들은 상상할 수 없는 노력과 비용을 필요로 한다. MotoGP의 프로토타입 모터사이클들은 시판되지 않는다. 아무리 돈 많은 촌부라도 이들 바이크들을 살 수는 없다. 물론 예외는 있다. 몇 십년이 지나서 박물관에 있거나 팀 오너가 소유했었던 레이서가 경매로 나올 때가 있다. 이 프로토타입들은 모든 장비가 전용 도구를 사용한다. 연료 주입구를 열고 닫는 전용 도구마저 존재한다.
비용 대 효율로 따진다면 MotoGP는 돈을 길바닥에 뿌리는 것이나 다름 아니다. 비교를 해보자. 월드 슈퍼바이크 챔피언십의 출전 모터사이클들은 기본적으로 시판용 모터사이클을 기반으로 구성 된다. 물론 그에 들어가는 막대한 장비들은 돈으로 따지기 힘든 비싼 물건들이며 일부 장비들은 MotoGP 바이크들을 뺨칠 정도로 최신 기술들이 투입되어 있다. 그러나 팀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월드 슈퍼바이크는 굉장히 저렴하다. 가와사키 MotoGP 레이싱팀의 존 홉킨스가 받은 금액이면 월드 슈퍼바이크에서는 시즌 반 동안 팀을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출처:Superbikeplanet.com)
메뉴팩쳐러들은 Dorna와 FIM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대줄 수 있는 스폰서가 부족한 현재, 위험성 부담을 자신들만이 질 수 없다는 것이 메뉴팩쳐러들의 생각이다. 이것은 매우 당연하고 합리적인 생각이다. 기업은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기업들도 국가와 사회에 위험을 의존하는 경향이 있고 이제 FIM과 Dorna가 이를 해결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훨씬 복잡하다. 주최측이 할 수 있는 해결책은 스포츠에 들어가는 비용의 감소와 스폰서의 해결인데 단순히 룰의 변경 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전체적으로 팀들과 함께 의논해야만 할 사항들이 많다.
프로토타입스럽지 못한 프로토타입
MotoGP의 시급한 과제는 메뉴팩쳐러들의 부족, 즉 팀의 부족이다. 하지만 단순히 위성팀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동안 MSMA(Motorcycle Sport Manufacturers Association)는 너무 큰 이익을 추구해왔다. MotoGP에서 MSMA의 지위는 확고하다. 혼다, 야마하, 스즈키, 가와사키는 자신들에게 맞춰서 룰들을 만들어왔다. 모든 것은 그들이 계획하는 시장의 판세에 따라 흘러갔고 상대적으로 유럽의 모터사이클 회사들은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다. KTM과 아프릴리아가 4스트로크 엔진 개발에 나섰지만(팀 로버츠와, 아프릴리아 큐브) 상대적으로 다기통 엔진에의 노하우가 쌓여 있지 못했고, 막대한 개발 비용은 이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말았다.
또 다른 문제는 MotoGP에서 프로토타입의 특이성에 기인한다. FIM의 현재 회장은 MotoGP가 궁극적으로는 Customized Prototype이 되어야 한다고 항상 이야기 했었다.(주문자의 요청에 따라 판매가 가능하도록 가볍고 싸게 만들자는 생각이다.) 그의 주장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MotoGP의 머신들이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매우 이상적인 이 아이디어는 지금의 MotoGP에서는 실패할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FIM 회장의 아이디어는 포뮬러 원의 한때와 비슷하다. 엔진과 섀시 개발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고 엔진을 사서 쓸 수 있었다. 하지만 MotoGP는 성공 가능성이 너무 희박하다. 우선 현재의 프로토타입이 외형적으로 너무 시판 모터사이클과 유사하고 거기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두카티가 카본 섀시를 사용하고 혼다가 V5엔진을 쓰고 팀들이 뉴매틱 밸브같은 실험적인 기술들을 사용했다고 하지만 외형과 내부에서 시판용과의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룰은 현존하는 완성차량 업체들만이 참가할 수 있도록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다기통 엔진과 전통적인 섀시, 서스펜션 노하우를 가진 회사들만이 비용을 부담할 수 있으며 참가가 가능하다. 두카티 역시 2스트로크 엔진 시절에는 참가하지 않았고 현재의 GP바이크에는 현존하는 시판 바이크의 기술이 발견된다.
규제를 통한 규격화가 답?
그렇다면 새로운 600cc 4스트로크 엔진의 Moto2는 MotoGP에게 좋은 해답을 보여주고 있는게 아닐까? 어쩌면, 어쩌면 섀시를 만들 수 있도록 시장을 개방하고 엔진을 사서 쓸 수 있다면 중소 규모의 팀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룰에도 현재 MotoGP와 같은 기존 체제의 판 가르기가 숨어 있다. 바로 엔진 제한과 기타 보조 장치들의 제한이다.
그 룰은 누가 봐도 명백하게 4기통 600cc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들에게만 득이 된다. 코스워쓰나 일모어같이 엔진 개발을 할 수 있는 메뉴팩쳐러들이 관심을 가지기 힘들다. 심지어 완성차 생산 라인을 보유한 KTM과 아프릴리아조차 이 엔진을 개발하기 벅찰 정도다. 600cc의 Moto2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일본 회사들을 위한 룰이다. 그 룰 아래서는 전자장비를 따로 개발하는 보조 회사들의 참가도 확실하지 않다. 모든 것이 독점적이게 될 것이라는게 너무 분명하다. 독점은 과점보다 더 질 나쁜 형태다. 독점을 원하는 회사는 주최측에 뒷돈을 대어야 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현존하는 기업들에서 출자한 자회사들만이 들어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규제가 막아버린 입구
지금 상황에서 명확한 해결책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레이스의 출자 회사나 비용들이 모두 비공개이며 투명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MotoGP의 정확한 현재 문제와 앞으로의 미래를 진단하기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 누구나가 알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지금의 위기를 자초한 것은 새로운 규제로 참가 가능한 미래의 회사들을 막아버린 현행 그랑 프리 규정이 문제라는 것이다. 회사들은 레이스안에서 자신들의 우월성을 보존하고 혹시 모를 획기적인 기술 개발과 미래의 라이벌을 막기 위해-이 이유는 당연히 자신들이 후발 주자가 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노력했으나, 이제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 메뉴팩쳐러들과 팀의 라이벌들은 리그 안에 존재하는게 아니라 밖에 존재한다.
라이벌들이 밖에 존재한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같은 회사가-야마하, 스즈키가-MotoGP에, 월드 슈퍼바이크에 동시에 나가는데 이들 팀들이 서로 경쟁을 한다면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 하지만 이것이 MotoGP가 처한 현실이다. 프로토타입이지만 외형적으로 포뮬러 시리즈처럼 차이가 없다는 것이 현재 직면한 한계라는 것은 앞서 살펴봤지만 분명하다. 이제 리즈라 스즈키 MotoGP팀은 슈퍼바이크의 얼스테어 스즈키팀과 비교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MotoGP와 월드 슈퍼바이크가 비교되고 규모에서 두 리그가 비슷해지게 되면 당연히 회사는 하나만 집중하게 될 것이다.
시청자는 무엇을 봐야할지 채널만 선택하는게 아니라 무엇을 소비할지도 선택하기 때문이다.
전자장비의 보조=지루한 경기?
재미가 없어서 위기가 아니다. 현재 MotoGP를 위기로 만든 것은 경기의 질적 하락이 아니다. 지금까지 발렌티노 롯시가 이룬 것은 절대로 허상이 아니다. 그리고 최근에 경기가 재미없어진 것이 전자장비로 인한 선수들간의 기량 문제도 아니다. 만일 전자장비가 잘하는 선수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내지 못하게 방해했고, 비교적 못 달리는 선수들에게는 트랙에서 그립력을 찾는데 도움을 주었다면 선수들간의 기량 차이는 오히려 줄어들었어야 옳다.
문제는 전자장비가 아니다. 실제로는 감소한 배기량 때문에 선수들이 코너 밖으로 빠져 나가면서 가속하고 브레이킹을 할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800cc가 되고 연료 탱크 크기를 줄이면서 빡빡한 출력을 만들어내야만 했고 선수들은 더욱더 실수를 줄이고 칼같이 달리게 되었다. 선수들은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난 뒤에 선두 그룹을 따라잡기가 힘들어지게 되었고 여유 출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를 안전하게 나가는 경향이 늘어났다.
색다른 해답을 도출할 수 있다. 지금의 규제를 대폭 줄이고 엔진과 섀시를 개별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팀들에게 개방을 한다면, 여러 가지 엔진을 볼 수 있도록 배기량 제한도 없앤다면 당장 혼란이 올지도 모르지만 굉장히 많은 회사들이 MotoGP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의 그랑 프리 로드 레이싱이 일본 회사들과 함께 해 온 역사가 너무 길었고 이들의 영향력이 너무 막대하기 때문에 이런 룰은 일본 회사들의 반발을 가져올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그러나 월드 슈퍼바이크를 보자. 규제가 풀리자 빠져나간 팀들이 다시 돌아왔다. 750cc 시절에는 두카티컵으로 불리던게 월드 슈퍼바이크였다.
우울한 전망
하지만 미래는 전망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7일에 일본에서 열리는 긴급 미팅에서는 전자장비의 강력한 규제와 기타 보조 장치들의 제한이 논의될 것이다. 심지어는 엔진 동결 아이디어가 나올지도 모르며 엔진rpm 제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것이다. 두카티도 참가한다고 하지만 과연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나올지는 의문스럽다.
싱글 타이어는 대다수의 모터사이클을 규격화 시킬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못하고 그것이 유지되면서 틀에 박힌 형태로 머신들이 나올 것이고 기존의 회사들은 유리하게 될 것이다. 엔진이 동결되면 새로운 회사들의 유입은 더더욱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문제는 기술 동결이 아니라 팀 운영 비용의 해결이라는 것을 이들은 아직도 모르고 있다.(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경제 위기로 회사들의 매출이 줄어들고 2009년에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모터스포츠에서 비용을 줄이는 것은 매우 즉각적이며 시급한 문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MotoGP의 규격화와 여러가지 규제 장치들이 앞으로의 레이스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 것이라는 것은 뚜렷한 사실이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규제들은 현재 참가하는 팀들에게만 유리할 뿐 앞으로 참가할 가능성이 있는 팀들에게는 불리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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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List
2009/01/04 18:55
2009/01/05 00:55
2009/01/05 09:41
예전 990cc 시절에는 연료도 넉넉하고 파워도 많아서 코너에서 나가면서 여유있게 미끄러지는것도 가능하고...
한 줄 요약하면 배기량이 줄어서 재미없다 맞네요.
2009/01/05 11:26
2009/01/05 17:48
물론 제 뜻은 미끄러지는게 문제가 아니라, 연료 효율을 중요시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연료 잔량이 남지 않으니 맘대로 스로틀을 당기지 않는다는 말이죠. 이건 제레미 버지스가 MCN인터뷰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TCS는 경기중 끄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올해 알리체팀의 귀엔토리가 땅이 젖은 경기였는데 (유럽인거 같네요)TCS끄고 달려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또 한가지 이론으로는 발렌티노 롯시가 여유있게 이기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과거엔 롯시가 이길 가능성이 자신 스스로도 확실했기 때문에 일부러 뒤쪽에서도 경기를 했지만 이제 스토너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그 예가 이번 라구나 세카에서의 전략과 그 뒤에 이어진 경기들입니다.
저도 단 한가지 이유로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여러가지가 복합적이지 않았을까...요?
2009/01/05 20:56
2009/01/05 15:19
2009/01/05 20:52
2009/01/05 22:05
2009/01/06 09:07
2009/01/06 17:48
경제위기 속에서 그래도 언젠가 한 번 그랑프리 세계도 정리가 필요할 것이라 여기긴 했지만 그래도 먼저 앓는 것이 낫다고 어떻게 보면 그 동안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였던 것을 쇄신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협회끼리 좋은 결론을 내 주었으면 합니다.
야마하 올빼미군요,"YZF-R7" 10년 전에 출현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저 실루엣과 질감이 아직도 저의 드림머신 중 한 대로 자리잡게 만든 거죠. 왕년의 수퍼바이크 전설 머신을 꼽으라면 많은 분들이 혼다의 RC45를 떠올리지만 그것보다 훨씬 비싸고 훨씬 희소가치가 높았던 모델입죠(당시 가격이 아마 400만 엔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RC45는 200만 엔 근처). 오즈 님 표현처럼 수퍼바이크보다는 마치 그랑프리 머신 YZR500의 섀시에 엔진만 750을 얹은...블랙도장된 저 프레임에 완성도 높은 저 에어로다이나믹, 큰 프론트페어링, 울트라-롱 스윙암, 낮은 핸들, 큰 연료탱크, 올린즈 서스펜션 등...실제로 일본 내구레이스 시리즈에선 R7의 섀시에 R1의 엔진을 얹어서 레이스에 출전한 팀도 다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도 야마하 수퍼스포츠 계통에선 가장 완벽하다 생각하는 놈이지만...도대체가 팔리지도 않고 비싸고 출력 낮고...그나마 하가 노리유키가 SBK에서 선전한 것으로 큰 인상을 주었었던 기억이...
예전 수퍼바이크 룰은 아시다시피 4기통은 ~750cc, 2기통은 1,000cc까지였구요, 03년인가? 실린더 수 상관 없이 1,000cc로 바뀌었고 작년부터 2기통은 1,200cc까지 확대되었네요. 물론 기술 개발 측면에서는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배기량 확대는 환경과 에너지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봅니다. 참고로 그 유명한 02년 이몰라에서의 에드워즈와 베일리스가 배틀을 펼칠 당시 수퍼바이크 머신의 출력이 180마력 근처였다면...지금 시판되는 머신들의 파워는 너무 높은 거 같아요...ㅡ.ㅡ;
예전에 RC51이 AMA에서 170마력을 넘나들고 VTR-SP1이 나오면서 도대체 저런 2기통 바이크를 어떤 사람들이 다룰 수 있지? 도대체 저런걸 왜 출시하는거야? 혼다가 두카티에게 맺힌게 많았나? 했는데... 지금은 두카티 1198 일체 튜닝이 없는게 그 정도니;;
2009/01/07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