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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 마릴린 먼로


플레이보이의 1954년부터 2006년까지의 잡지들을 온라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예전에 플레이보이 원판을 보는 것이 매우 귀한 일이었고 미국 문화를 엿보는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플레이보이는 나의 문화적 토양이 되어주었던 이름이다.

당시 플레이보이의 잡지 광고. 지금 잡지 광고들이랑 비교하면 아무런 차이가 없다. 심지어 광고주도 똑같네?


삼촌이 베트남전에 참전하셨기 때문에 명절마다 전쟁과 그 시절의 힘든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곤 주말의 명화를 통해서 지옥의 묵시록, 풀 메탈 재킷, 플래툰 그리고 디어헌터의 반전을 주제로 하는 전쟁 영화들에 한창 빠졌다. 그 덕분에 미국의 6, 70년대 문화들에 심취하게 되었고 고등학교때는 지미 핸드릭스, 제니스 조플린, 도어스, 밥 딜런, 킹 크림슨을 들으면서 내가 대단히 심오한 철학이라도 듣는 것처럼 으스댔다. 그 당시 우리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한 밴드는 라디오헤드였고 나는 그것을 어린애들 장난 같이 여겼다. 지금 생각하면 좀 안습한 학창 시절의 음악 취향이었다. 감히 라디오헤드를 무시하다니!(혹시나 해서 톰요크 빠순이들게 밝히건데 저는 라디오헤드 싱글빼고 정규 앨범 다 가지고 있습니다.)

QL17, 아버지가 쓰셨던 카메라라서... 지금도 집에 있더라.


어쨌든 60년대 우드스탁과 히피 문화의 반항 정신에 빠졌지만 그것보다 더 강한 매혹의 대상은 플레이보이였다. 유독 전쟁 영화들마다 플레이보이라는 이름이 많이 나왔고 돈 없는 어린 시절에는 그런 잡지를 어디서 구하는지, 또 어떻게 하면 읽을 수 있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졸업하고 미국에 갔다가 허슬러를 구했을때 받았던 충격은 이후 나의 영화적/문화적 취향을 완전히 바꿔버렸고 미국의 80년대 포르노 영화와 산업 그리고 대중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버렸다. 이후 허슬러라는 잡지는 내가 '래리 플린트'와 '부기 나이트'를 지금까지 본 영화중에서도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로 손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미국의 대중 문화들에 심취하면서 마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같은 발자취를 따라가게 되지만 유독 플레이보이는 읽어보지 못했다. 나에게 플레이보이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도 막상 '죄와 벌'을 완독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처럼 어려운 영역이었고 신성한 오로라를 뿜어내는 엑스칼리버였다.

그런데 이렇게 인터넷으로 무료로 플레이보이지의 역사를 볼 수 있다고 하니 감개 무량하다.

BSA의 로켓3 광고, 트라이엄프와 합작한 바이크다. 부품을 공유하며 똑같이 생겼다.


할리 데이비슨의 광고


야마하의 광고, 당시에는 슈퍼바이크 이런건 존재 하지도 않았음.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플레이보이지의 60년대를 지나서 70년대판들을 읽고 있는데, 막상 읽어 보니 플레이보이가 과연 저속한 잡지였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요즘같이 성 문화를 자주 접할 기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플레이보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내용도 여러가지 미국내 소비 문화를 다루고 소개할 뿐이며 새로나온 양복, 자동차, 어떻게 하면 밤 문화를 만끽할 수 있을지를 소개하는 잡지다.(GQ, 에스콰이어랑 다른게 뭐지) 게다가 중간 중간에는 단편 소설이나 에세이도 수록하고 있어서 살색이 좀 많이 나오는 라이프지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좀 뒤를 넘어가면 본격적인 플레이 메이트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플레이보이를 보면서 아쉬운건 이것만이 아니다. 잡지들을 보면 60년대 부터 70년대 까지의 반전은 그 당시 트렌드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전과 반항은 시대 정신이지만 하나의 유행이자 트렌드였다는 것이다. 중간 중간 히피 문화를 소비해라고 부추기는 듯한 상품 광고나 반전의 메세지가 짙게 깔린 주류 광고는 미국의 미덕은 소비라는 것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지금 베트남전 당시의 미국을 이렇게 비판할 수 있는 것도 그때의 반전 운동과 사람들의 역사에 대한 뉘우침을 우리가 역사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이 온라인판 잡지는 나보다는 아버지들과 삼촌들이 보면서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나간 역사를 배웠을 뿐이다...

출처:웹초보의 TECH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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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List

  1. BlogIcon 로리!
    2009/03/21 16:38
    원래 플레이보이가 별 안 야하고 뭐랄까... 미국의 문화 생활지랄까요. 지금도 그런 느낌이라죠.... 심지어 SF소설이나 진지한 문화 컬럼이 나오는 곳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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